
2026년도 대구아트웨이 이음서재 주제전시 2부
느리고 분명한
2026. 9. 1.(화)~12. 31.(목)
대구아트웨이 이음서재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손가락 끝에서 가볍게 사라지는 시대다. 찰나의 자극
이 매 순간 우리의 집중력을 흩어 놓고, 긴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독서의 ‘멋’에 주목하는 신조어 ‘텍스트힙’의 등장만
보아도 그렇다. 이런 단어의 유행은 역설적으로 독서가 그만큼 흔치 않고 희소성이
있는 취미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짧은 시간 속에 완성되어야 하는 이 간결함의 시대에, 어떤 형
태로든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길고 지루하며 때로는
명쾌한 결말조차 보여주지 않는 이런 아날로그적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게 되는 이
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그 모든 일들이 우리가 삶을 붙드는 방식과 지독하리만
치 닮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문장과 선율 속에서 의미를 찾아 방황하고, 때론 길을 잃고 헤메기도 한다.
끝내 답을 찾지 못해 찝찝한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오
랜 세월이 흘러 무심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지난날에는 결코 보지
못했던 빛과 울림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수많
은 모험과 헤맴, 성공과 실패의 서사가 그곳에 그대로 겹쳐져 있는 까닭이다. 삶에
앞서거나 뒤따르기도 하며, 그 의미들은 끊임없이 우리 곁을 맴돈다.
모든 것을 단순하게 요약하는 숏폼과 달리, 삶의 문제는 그런 비약이 통하지 않는
다. 그 모든 복잡다단함을 속단하지 않고 보다 신중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
하다. 삶에 두 번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앵콜이 없는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인생이라면,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둘도 없을 만큼 완벽해서’ 단 한
번으로 완결되어야 한다.
여기, 완벽한 한 번의 삶을 위해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예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은 느릿느릿하지만 그만큼 분명한 행위다. 지나온
시간만큼 변한 '지금의 나'를 확인하는 일이며, 마주해야 할지 모를 삶의 궤적을 오
도카니 응시하는 일이다. 그리고, 삶에는 없을 ‘다시’의 가능성을 경험하는 일이
다. 오늘, 이곳에 펼쳐진 문장과 선율 속에서 당신이 지나쳐 온 시간의 빛을, 그리고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의 새로운 환희를 함께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여 단체
오터스맵
이미지북
서점 물루
치우친 취향
책방 공공
야행성동물
커피는 책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