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범어 7차 서예가 오현아
<춘하추동 내왕하니 한서온량 찾아드네>
2025. 10. 2.(목)~10. 31.(금)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실1
아름다운 한글 서예, 늘길 오현아
오현아 작가는 “아름다운 서예”를 추구한다. 예술이, 미술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왜 굳이 미술의 한 분야인 서예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할까?
지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서예(書藝)’는 광복 후 1945년부터 차츰 널리 사용된 20세기 용어다. 일제강점기에는 주로 ‘서(書)’라고 했다. 서예는 같은 한자 문화권, 지필묵 문화권인 한중일이 공유하는 동아시아 고유의 예술이다. 그러나 명칭은 달라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에서는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서예는 서도, 서법이라는 명칭에 가까운 그 무엇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많다. 수도자처럼 심성을 수양하는 방편으로 여긴다거나, 한 사회의 공기(公器)인 문자를 쓰는 일이란 어떤 법도를 준수해야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많은 서예가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인식 또한 무시하기 어렵고 여기에 기대는 ‘서예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누구나 집에 한 점 걸어놓고 싶은 “아름다운 서예”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실정이다.
한글 궁체의 단아한 감성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미술에 재능이 있던 오현아 작가는 초등학교 때 서예로 선생님의 예쁨을 받았고, 고등학교 때 서예반 활동을 하면서 서예의 매력에 빠져들어 계명대학교 서예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서예의 이론과 실기를 여러 선생님들께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멋진 선후배와 동료도 만났다. 한편으로는 서실(書室)에 꾸준히 다니며 훌륭한 스승님 아래서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도 받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찍이 한글 서예를 접한 점, 《구성궁예천명》을 오랫동안 쓰며 한문 서예로 필력을 기를 수 있었다는 점은 오현아 작가의 행운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사실상 한자 서예와 한글 서예로 뚜렷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이른바 ‘캘리’와 사경(寫經)은 예외로 한다). 한글 서예는 궁체를 중심으로 여성 서예가들이 거의 독무대를 이루는 가운데 여전히 주류는 법첩에 의존하는 고전 중심의 한자 서예이다.
오현아 작가는 한글 궁체의 정자(正字), 반흘림, 흘림, 진흘림 등 네 가지 체 중에서 반흘림을 즐겨 쓴다.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풀어지지도 않은 단아한 글씨체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에서 나온 자신만의 한글도 써나가고 있다.
농가월령가_ 춘하추동 내왕하니 한서온량 찾아드네
“살 시간과 죽을 공간” 이것이 인간이 가진 전부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살 시간은 1년으로, 12달로, 24절기로, 춘하추동으로 매듭지어진다. 예전에는 농사가 생존의 유지에 가장 중요했으므로 농가에서 다달이 꼭 하여야 하는 일, 철철이 알아야 두어야 할 풍속, 그때마다 지켜야 될 범절이 있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의 과업을 노래로 만든 것이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다. 농사일을 주제로 한 장편 서사시이자 농가의 정경이 눈앞에 환히 그려지는 서경적인 한글 가사다.
《농가월령가》는 운포(耘逋) 정학유(1786-1855)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학유는 아버지 다산 정약용을 닮아 실생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다만 어려운 한자어가 많고 한글은 거의 토씨인 점, 중국식 세계관으로 점철하고 있는 점, 왕조시대의 가치관을 훈시하는 점, 농민 자신이 아니라 양반사대부의 시선이어서 지나치게 교훈적인 점 등이 아쉽다.
한글 서예가들은 계절감이 잘 살아있는 《농가월령가》를 즐겨 써왔다. 한글은 익히기 쉽고 사용이 편리한 획기적인 문자지만 창제된 이후 조선시대 내내 한자를 배울 교육환경을 갖지 못한 계층을 중심으로 생활에서 쓰일 뿐 문화적 언어의 지위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한글 문학은 무척 척박하다. 한글 궁체의 단아한 감성과 딱 어울리는 내용을 잘 찾아내야 할 것이다.
따뜻한 색조, 정겨운 형상과 더불어
서예는 오랫동안 흰 종이에 검은 먹으로 이루어왔다. 흑백의 전통성을 여전히 존중하면서 오현아 작가는 한글 서예에 우아한 담채를 들여왔다. 색을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연두색, 주황색, 분홍색 등 파스텔 톤의 색상은 절로 따스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바탕에 부드럽게 앉히기도 하고, 먹 대신 물감으로 색깔 있는 글씨를 쓰기도 한다.
작가는 사각형이 아니라 버선본의 모양으로, 조선 백자의 형태로 오려낸 종이를 활용하기도 하고 판화지, 비단 천인 옥사(玉紗)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화선지와는 다른 시각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궁체의 감성과 이어지는 따뜻한 색조, 정겨운 형상을 활용해 한글 서예의 표현성을 넓히고 있다.
오현아 작가의 아호 ‘늘길’은 스스로 지은 자호(自號)다. 계절의 바뀜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늘 다니던 길”을 오늘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걸어간다. 작가가 즐겨 쓰는 조지훈의 시구처럼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의 세계를 한글 서예로 보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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