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작품 공간

전시

2025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 신과 함께

신과함께

신과함께

고현정, Good Fellas, 2024, oil on canvas, 112x145cm

고현정, Good Fellas, 2024, oil on canvas, 112x145cm

조정현, Blind Zone, 2019_박제된꿩, 우레탄폼에 도색, 180x120x120cm

조정현, Blind Zone, 2019_박제된꿩, 우레탄폼에 도색, 180x120x120cm

채온, Dear my soul, 2025, charcol, oil on canvas, 22.7x15.8cm

채온, Dear my soul, 2025, charcol, oil on canvas, 22.7x15.8cm

최은철, Sugarcity, 2025, 좌대위에 각설탕, 가변크기

최은철, Sugarcity, 2025, 좌대위에 각설탕, 가변크기

신과함께
고현정, Good Fellas, 2024, oil on canvas, 112x145cm
조정현, Blind Zone, 2019_박제된꿩, 우레탄폼에 도색, 180x120x120cm
채온, Dear my soul, 2025, charcol, oil on canvas, 22.7x15.8cm
최은철, Sugarcity, 2025, 좌대위에 각설탕, 가변크기
2025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 1부 '신과 함께'

<신과 함께>

고현정 조정현 채온 최은철

2025. 03. 17.(월) ~ 05. 31.(토)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2~4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신과 함께

 

신은 천둥 벼락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신은 빗방울처럼 우리에게 온다.” _ 니코스 카잔차키스

 

 

예술가에게는 인간을 압도하는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체험의 순간이 있다. 플라톤은 예술가의 탁월한 작품 사이에서 작동하는 창조성을 신적 광기로 보았고, 야스퍼스는 고흐의 조현병이 새로운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창조와 광기 사이에 놓인 예술과 예술가는 신의 섭리를 드러내는 것일까, 혹은 신을 만난 것일까. 아니면 일상에서 신과 동행하는 것일까? 2025년 첫 번째 기획전시 신과 함께는 이 난해한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즉 회화와 조각과 설치미술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 작가들, 채온 고현정 최은철 조정현의 작품 속에서 신을 만나거나 신의 흔적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것은 일상의 단면인 동시에 장엄한 체험의 순간이기도 하다.

 

채온은 일상에서 신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붓질에서 자유를 얻고 자유를 자양분삼아 다음 붓질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작가가 신을 만나는 통로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큰 틀만 정하고는 세부완성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Egg Tree’가 대표적이다(냉면에 고명으로 들어가는 달걀이 생각나는.). 에릭 로메르 영화의 일상성이 캔버스에 가득 들어온 느낌이다. 너무 소소하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형상과 현상들. 바깥보다 추운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화구와 작품 속에서 나름의 질서와 규율이 있음을 발견했다. 종교가 없다고 신을 부정하는 건 아니듯 채온의 신은 어디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부재하는 존재다. 노랑의 밝은 기운으로 공간을 압도할 작품들은 관람객 저마다의 신을 서서히 불러들이게 될 것인즉. 누가 알겠나, 진짜로 신을 만나게 될지.

 

프랑스에서 귀국한지 오래지 않은 시절, 김환기 화백은 한국 화가들이 게으르다고 일갈했다. 유럽의 화가는 하루에 최소 8시간을 노동자처럼 작업한다는 얘기였다. 고현정도 규칙적인 루틴을 믿는 작가이다(영화 <패터슨><쇼잉업>을 좋아한다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작품의 대상은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지만, 작가는 인간보다는 미물에 초점을 둔다. 인간 본성이 빚은 재앙 속에서도 생명의 꽃을 피우고자 분투하며 위로하는 고현정의 작품은 나비 연작에서 보여준 변화무쌍과 달리 유독 인간에 인색하다. 끊임없이 인류를 엄습한 재앙과 비극이 불러온 신의 죽음은 자본이라는 유사 신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고현정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작가 스스로 생명에 대해 예찬하듯이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에서 신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출품작을 통틀어 유일하게 사람의 정면을 묘사한 200호 대작 얼굴이야말로 신이 작가에게 불어넣은 체념과 관조와 초월의 미장센이 아닐까.

 

필멸하는 인간은 불멸하는 신과의 투쟁을 통해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인류 진보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유사 이래 문명의 진보는 숱한 부작용과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자크 데리다가 진보는 얼룩을 남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룩을 지우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진일보한 기술은 다시 얼룩을 남기는 무한반복 속에서 인간은 찬란하고 화려함에 도취되어 얼룩을 소홀히 여겼다. 최은철도 물질과 시간의 관계 속에서 창조-소멸-복원-재창조-재소멸의 과정을 통찰한다. 21세기의 바빌론을 꿈꾸는 인류를 향한 묵시록. 최은철의 설탕도시는 직관적으로 작가가 전하는 바를 알아차릴 만한 작품이다. 시간의 흐름과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급속하게 소멸하는 질료로 도시를 쌓은 작가는 유한한 인간의 시간 속에서 영원을 꿈꾼다. 설탕이 녹아 도시가 사라지더라도 도시에 대한 기억은 남을 것인즉. 작가가 좋아하는 영화를 빌리자면 ‘Once Upon A Time In Sugar City’인 것이다. 전시장을 지날 때마다 설탕도시의 변화를 매일매일 확인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듯하다.

 

박제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조정현의 작업실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대도시 외곽, 시간을 박제시켜놓은 듯한 오래된 가구공단 한켠 작업실엔 많은 동물 박제가 작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고, 전시장으로 가기 위해 포장된 작품 속 앵무새의 깃털은 유난히 빛났다. 대학에서 회화로 시작한 작가는 사실묘사의 형식적 한계 앞에서 입체를 떠올렸다. 한 때는 살아있었으나 리얼리티 속에 가두어진 동물에 예술을 입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박제를 발견한 것. 신의 불꽃같은 영감보다는 자신의 예술적 신념에 기대어 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종교라고 말하는 작가는, 노동현장에서 작품에 필요한 무수한 테크닉을 습득했을 정도로 현실에 발붙인 예술가다. 약속장소에 소형트럭을 타고 나타난 그는 예술가와 생활인 사이의 수평을 절묘하게 유지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닭 뼈를 갈아 우레탄폼과 섞어 만든 더미 위에 올라선 동물박제가 작가의 말대로 신과 함께 라는 주제의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오로지 관람객의 몫일 터다

 

평론가 백정우

 

 

 

전시 연계 프로그램
 
 '어린이 작업실' 1차 회화반, 2차 조각반

- 활동일시 : 3. 22.(토), 4. 5.(토) 오후 2시

- 활동장소 : 대구아트웨이 예술놀이터

- 모집대상 : 초등학생 15명 내외

- 접수기간 : 1차 3. 9.(일)부터 선착순 접수 / 2차 3. 14.(금)부터 선착순 접수

- 접수링크 : 구글 폼 접수 -> 1차 회화반 / 2차 조각반 

- 문      의 : 053)430-5655

 

'작가와의 대화'

- 일     시 : 5. 10.(토) 오후 2시

- 장     소 : 대구아트웨이 이음서재

- 진     행 : 백정우 영화평론

- 대     상 : 관심있는 일반인 15명 내외

- 접수기간 : 4. 23.(수)부터 선착순 모집

- 접수링크 :  구글 폼 접수(바로가기 클릭)

- 문      의 : 053)430-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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