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이하경 개인전 <동물 수난시대>
기간 : 2024년 11월 4일(월) ~ 12월 14일(토)
장소 :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1 전시실
올해 4기를 맞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아트웨이 청년키움프로젝트<개인전>은 지역의 유망한 청년 예술가의 창의적, 도전적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자 2021년에 처음 기획되었습니다. 지난 1월 공모를 통해 총 6명의 청년 예술가가 선정되었으며, 선정 작가에게는 ‘생애 최초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 매칭을 통한 평론 글을 지원합니다. 그 여섯 번째 전시로 이하경 작가가 참여합니다.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동물을 의인화하여 동시대의 현실과 사회적인 문제를 다 루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주의적 성향과 물리적 욕구로 비롯된 환경, 사건에 대해 풍자(諷刺)한다. 인간은 욕심과 욕망,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악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익과 욕구를 채우기 위한 기행이나 일탈, 범법 행위 또한 이에 속한다.
이렇게 인류애에 반하는 행위로 인한 환멸은 사회적 분열과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와 직결 되며 더 큰 난제와 고충을 초래한다.
그에 반해 동물은 인간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나 욕망 같은 사회적인 요소를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는다.
그들은 태어난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이는 사회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본능이다. 이러한 동물이 가진 본능적 순수성을 활용하여 동시대의 시류에 접근한다면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겪는 심리적 불편함을 완화하고 문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동물이 가진 원시적 순수성을 매개로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고 '미약한 물결이 큰 물결을 만든다'는 속담과 같이 개인이 더는 외면하지 않고 동시대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이러한 문제에 더 나은 방향으로 기여하 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평론 글
‘동물 수난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안혜정(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이하경 작가는 올해 대학을 졸업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청년 예술가이다. 작가로서 처음 여는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이하경 작가는 대학 2학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는 우화(寓話)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오랫동안 요크셔테리어를 키워왔고, 최근에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관심의 대상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옮겨냈다. 작가가 그려내는 작품 속 세상의 동물들은 때로는 인간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인간을 대신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하경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후천적 요인으로 악해질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동물은 태어난 본능대로 행동하며 사회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존재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작품 속 세상의 인간과 동물들의 모습은 그런 생각들을 시각화한다.
작품의 주된 표현 방식은 다른(allos) 것으로 말하는 것(agoreuein), 즉 알레고리(Allegory)적 표현이다. 직접적으로 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알레고리적 요소를 다소 활용하여 상징적, 은유적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다 보니 이하경의 작품은 한눈에 읽어볼 수 없다. 이곳, 저곳을 뜯어보고, 상상하며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그림을 통해 보는 이가 오랫동안 관찰하고, 원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실마리를 찾아주길 원하는 게 아닐까?
작가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성격을 장치로 활용하여 그것을 캐릭터화하여 내용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범인은 바로 XX>(2023)에서 민첩하고 날렵한 체형을 가진 도베르만은 빠르고 똑똑한 성격을 가진 검사, 느릿느릿한 나무늘보는 귀차니즘을 가진 증인, 먹성이 좋은 돼지는 욕심이 많은 피의자라는 성격을 부여한다. 외형적인 의미만을 연결하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내적 심리도 사람처럼 묘사하는데, 인간을 대신하여 표현된 동물들은 다양한 사회 속 인간들의 모습들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작품은 뉴스 기사, SNS 등 매체를 통해 보고 들은 사회적인 이슈들을 주제로 하며, 그에 대해 작가 본인이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작업한다. 그림을 그릴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이미지나 직접 찍은 사진들을 활용하여 표현한다. <동거 계약서(no-nup)>(2023)에서 사람은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지만 동물은 평생 함께 있어 주는 것만을 바라는데, 사람의 필요에 따라 입양되고 버려지는 애완동물들의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표현하였다. <산소가 필요해(1)>(2023)에서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외모지상주의>(2022)에서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되고 작고 예뻐야만 판매되는 애완동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른아이>(2024)에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의존하고 보호받으며 여전히 아이 같은 어른들의 문제를, <취업했어요 전업주부로>(2024)은 요즘의 결혼 세태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동물 수난시대」라고 한다. 오늘날 환경오염과 기상이변으로 많은 동물들이 삶의 터전과 목숨을 잃기도 하고, 반려동물들이 주인에게 학대와 버림을 받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동물들에게는 자연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도 바로 수난시대일 것이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種)임을 생각해본다면 ‘동물 수난시대’는 인간의 수난시대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우리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무더위를 경험했듯, ‘지구온난화’에서 이제는 ‘끓는 지구’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현실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환경문제, 사회적인 문제들로 가득한 이 ‘수난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반자로서 인간과 동물은 각각 소중한 생명이며, 공동의 생존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대상임을 작가는 자신만의 화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야기들을 예리하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생각을 재치 있게 표현해 낼 줄 아는 이하경 작가의 앞으로의 작업도 반짝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