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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시간에 드러나는 또 다른 세계...대구아트웨이 기획전 '잠든 것들의 시간'(2026. 9. 7.)

2026-09-17 아트웨이관리자 6

‘잠’을 매개로 한 익숙한 세계 너머의 풍경 소개
전시는 11월 22일까지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실 2~4에서

이미성, 작 'How it feels' 프로젝트. 대구아트웨이 제공 
이미성, 작 'How it feels' 프로젝트. 대구아트웨이 제공 

잠이 드는 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던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꿈과 무의식, 자연과 생명, 어둠과 빛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쉽게 감지하기 어렵지만 의식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순간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네 명의 작가가 ‘잠’을 매개로 익숙한 세계 너머의 풍경을 보여준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본부장 방성택)가 운영하는 대구아트웨이는 기획전시 '잠든 것들의 시간'을 11월 22일까지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실 2~4에서 진행하고 있다. 

범어역 지하도에 자리한 대구아트웨이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마련된 문화예술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이곳의 공간적 특성과 맞물려 ‘잠’이라는 익숙한 경험을 예술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전시에서 ‘잠’은 단순한 휴식보다 이성적 판단과 의식의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새로운 감각과 인식이 열리는 상태로 이해한다. 이에 따라 전시는 낮과 밤,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행위 자체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미성 작가는 인간만이 꿈을 꾸는 존재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종(種) 없는 꿈’을 상상한다. 인간과 동물, 부처, 가상의 생명체를 하나의 화면에 공존시키며 꿈과 의식이 인간에게만 허락된 영역인지 질문한다.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꿈이라는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윤인선은 반복과 움직임을 통해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디지털 벡터 그래픽의 선과 패턴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재배열하면서 화면에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반복되는 이미지와 움직임은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 안에 머물게 하고, 시각적 경험을 신체적인 몰입으로 전환한다. 일상에서 작동하는 이성적 감각이 잠시 느슨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셈이다.

전기숙 작 '축제의 밤'. 대구아트웨이 제공 
전기숙 작 '축제의 밤'. 대구아트웨이 제공 

전기숙은 인간의 시선에서 한발 물러나 자연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제주 우도에서 말과 함께 생활하며 축적한 경험이 작업의 바탕이다. 거친 붓질과 화면에 남겨진 물리적 흔적에는 우도의 바람과 대지, 말과 나눈 시간과 교감이 담겨 있다. 특히 사람이 떠난 밤의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을 중심에 놓지 않은 생명의 풍경을 그려낸다.

손지영은 빛이 사라진 순간에 주목한다. 어둠 속에서는 익숙한 사물이 선명한 형태를 잃고 실루엣으로 변하면서 전혀 다른 존재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보는 행위’에 질문을 던진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에서 빛과 어둠, 드러난 형상과 감춰진 실재 사이의 긴장이 만들어진다.

윤인선 작 '현실 이동 대기열'. 대구아트웨이 제공 
윤인선 작 '현실 이동 대기열'. 대구아트웨이 제공 

이들 네 작가의 작업은 매체와 표현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전시를 관통하는 관심은 분명하다. 익숙한 세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경계가 흔들리는 순간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것이다. 꿈과 무의식, 반복되는 움직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빛이 사라진 어둠을 따라가면서 관람객은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참여 작가들은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이미지, 회화, 조각과 설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이미성은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와 기술을 결합한 작업을 선보여왔으며 일본미디어예술제와 프랑스 Fondation François Schneider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윤인선은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박사와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수학했으며, 회화와 디지털 이미지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기숙은 제주 우도를 중심으로 자연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며 서울과 제주, 독일 등에서 전시와 레지던시 활동을 이어왔다. 손지영은 독일 뮌스터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거쳐 조각과 설치를 중심으로 공간과 기억, 빛과 어둠을 탐구하고 있다.

손지영 작 '나무 산'. 대구아트웨이 제공 
손지영 작 '나무 산'. 대구아트웨이 제공 

전시와 연계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0월 17일 오후 2시에는 미술평론가의 진행으로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제작 과정과 창작 배경을 들어보고 관람객이 직접 질문하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손지영 작가와 함께하는 ‘비누 돌맹이’는 10월 16일 오후 2시 비누를 돌멩이처럼 빚어 작품의 조형적 의미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11월 14일 오후 2시에는 이미성 작가의 ‘AI로 마법사 되기’를 통해 AI 기술을 활용해 일상의 영상을 상상력이 더해진 이미지로 바꿔보는 시간을 갖는다.

방성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시민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을 보다 친근하게 만나고, 다양한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며 “대구아트웨이가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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