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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025 대구아트웨이 월간범어 8차 이미란 월간범어

이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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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구아트웨이 월간범어 8차 이미란 '이 계단은 충분히 머물렀나 봅니다'

월간범어 8차 이미란

<이 계단은 충분히 머물렀나 봅니다>

2025. 11. 10.(월)~11. 30.(일)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실 1

 

 

멈춤과 머뭇거림에 대한 이야기와 기록들

 

 

이미란의 작업은 멈춤과 머뭇거림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자 기록이다. 그녀는 멈추어 서 있는 시간 속에서 주저하는 마음과 사소한 일상의 감정을 조용히 이입하고 포착한다. 그것은 굳건하고 단호한 결단이 아니라, 불안과 용기 사이를 오가는 순간의 감정과 인간적 망설임의 기록이다. 작가는 몸은 멈추고 싶지만,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에 서두를 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문장은 그녀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다. 멈추고자 하는 욕망과 그럼에도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박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공존하며, 그 감정적 긴장감은 작업 전반을 가로지르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미란의 작품에는 토끼 귀를 한 소녀와 식물, 소파, 욕조, 바람, 빛과 어둠, 그리고 타인의 시선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일상의 시간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조각들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그중에서도 토끼 귀를 한 소녀는 작가의 내면을 투영한 상징적 존재이다. 토끼 귀는 세상의 미세한 움직임과 감정의 떨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을 상징한다. 이는 외부의 시선과 소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쉽게 잠들지 못하는 소녀의 모습과 겹쳐진다. 동시에 토끼는 낯선 세계를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품고 새로운 공간으로 뛰어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녀는 작가의 내면 속 두려움과 용기, 머뭇거림과 움직임 사이를 오가는 감정의 초상이며, 멈추어 서서 사유하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향하려는 존재의 연약함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하루의 시간을 따라 아침, 점심, 저녁, , 그리고 다시 아침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세운다. 아침의 화면에는 햇살과 초록의 잎사귀가 춤추듯 흔들리며, 소녀는 부드럽게 몸을 움직인다. 점심은 책과 그림, 음악으로 채워지며 내면의 사유와 외부의 감각이 교차한다. 저녁은 욕조의 고요 속에서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밤은 마냥 고요하지 않다. 이는 외부의 물리적 소란보다는 내면의 정서적 소요와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시선과 소리가 내면에 파고들어, 소녀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불안과 무기력 속에서 밤새 소파 위에서 뒤척인다. 그럼에도 다시 아침은 찾아온다. 소녀는 자발적으로 막을 친 듯한 공간에서 반복적이고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이어가며, 작고 단단한 용기를 다시 내어본다. 이 순환은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 아니라, 감정의 결이 조금씩 변하는 내면의 호흡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미란은 평소 붙잡아온 생각의 단면들을 이야기라는 흐름으로 엮어냈다. 작가는 평소 생각들을 그려왔는데, 이번에는 그중 한 흐름을 잡아 이야기로 만든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명확한 서사를 따르기보다, 감정과 사유가 시간 속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궤적에 가깝다. 그래서 작품은 책과 영상, 회화의 형태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책은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게 하고, 영상은 이미지에 리듬과 호흡을 더한다. 이야기가 먼저였는지, 형식이 앞섰는지조차 작가는 단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매체가 내면의 생각을 흐름으로 엮고 시각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색채 또한 그녀의 서사에서 중요한 요소다. 초록빛은 생명과 회복, 치유를 상징하며, 보랏빛은 밤의 불안과 내면의 깊이를 암시한다. 욕조 속의 몸은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고요한 사유의 은유이고, 춤추는 소녀의 몸짓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한 발로이자,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기분 좋은 결단의 흔적이다. 특히 초록빛 잎사귀와 바람의 모티프는 작가의 세계관을 가장 깊이 반영한다. 이미란은 한때 나의 하찮음에 대해 절절히 각성하던 시기에 흔들리는 잎사귀와 그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름조차 모를 나무의 잎사귀, 의미 없어 보이던 존재가 신의 손길처럼 느껴지던 경험은 그녀에게 하찮음의 수용과 존재의 동등함이라는 인식으로 확장되었다. 그 이후 그녀의 그림 속 잎사귀들은 단순한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하찮음 속의 빛나는 존재를 상징하게 되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작은 잎사귀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수많은 사소한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그 속에서 소녀 역시 잎사귀와 동등한 존재로 머문다. 이 미세한 존재들과의 정서적 연대감은 작가가 바라보는 삶의 본질, 큰 하나가 아닌 작은 것들의 조용한 공존이라는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미란은 이 세계를 회화, 디지털 페인팅, 영상, , 설치로 펼쳐낸다.

 

디지털 페인팅은 순간적인 빛의 흐름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용이한 매체다. 그녀는 컴퓨터로 이미지를 그린 뒤 한지에 출력하고, 자작나무 틀과 두 겹의 아크릴 사이에 고정한다. 인공적인 픽셀과 자연스러운 한지의 결이 겹쳐지며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감각적 긴장을 만들어낸다영상 작업은 잎사귀의 떨림, 햇살의 흔들림, 소녀의 몸짓을 담아 정지된 이미지를 호흡과 리듬 속으로 해방시킨다. 아크릴 회화는 손의 제스처와 물감의 질감이 남긴 물리적 표면의 흔적으로, 기록과 이야기에 투입된 작가의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책은 사유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매체로, 페이지 사이의 여백은 관객이 멈춤과 머뭇거림의 시간을 스스로 경험하도록 이끈다. 이 모든 매체는 서로를 보완하고 변주하며, ‘멈춤머뭇거림의 감정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미란에게 작업은 기록이다. 그녀는 그림은 생각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리기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떠오르는 사유와 감정을 붙잡고 되묻는 행위이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과정이다. 결과물로 남는 이미지뿐 아니라, 그림을 그려가는 시간 자체가 기록이다. 작가는 간단한 드로잉 하나에도 오래 머물며,‘왜 지금 이 장면을 그리고 있는가’,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가를 스스로 묻는다. 그녀의 회화는 완결된 답변이 아니라, 생각과 상상의 일기이자 감정의 흔적이다.

 

작품은 관객에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머뭇거림의 시간을 공유하며 질문을 건넨다.“멈추어 있어도 괜찮을까? 다시 움직여야 할까?” 그녀의 화면은 이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멈춤과 머뭇거림의 긴장을 하나의 공존의 경험으로 제시한다. 관객은 그 앞에서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마주하며, 밤의 불안을 지나 다시 아침의 빛을 맞이하는 소녀처럼, 머뭇거림 속에서 작고 단단한 용기를 발견한다.

 

결국 이미란의 작업은 하루의 순환을 빌려 인간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불안과 용기, 무기력과 결단이 교차하며 삶은 조용히 이어진다. 그녀의 회화와 영상, 책과 설치는 그 삶의 단편들을 조용히 기록한다. “멈춤과 머뭇거림에 대한 이야기와 기록들은 이처럼 일상의 가장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하고, 하찮은 존재로서의 자신을 수용하는 사유의 여정을 시각화한 연작이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지나치는 감정의 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며,멈추어 선 지금 이 순간조차도 하나의 살아 있는 호흡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작가, 파리1대학 예술학박사  박창서

 
전시 연계프로그램

쇼룸 4 이미란 작가

<전통제본으로 만드는 나의 책>
 

저의 작업은 여기저기 적어둔 낙서같은 기록에서 시작되곤합니다. 흘려보내기 아쉬웠던 생각과 감정을 모아둘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세요. 전통 제본 장식인 오침 안정법으로 완성합니다


일시  11. 12.(일), 11. 19.(수) 16:00
소요시간  30~50분 
대상  전 연령 / 초3 이하는 보호자 동반
재료비  10,000원 

신청방법  인스타 DM @miranyiii

문자메세지 문의  010-4505-7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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