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김도영 개인전 <반짝이는 순간들>
전시기간 : 2024년 7월 29일(월) ~ 9월 7일(토)
전시장소 :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1 전시실
올해 4기를 맞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청년키움프로젝트<개인전>은 지역의 유망한 청년 예술가의 창의적, 도전적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자 2021년에 처음 기획되었습니다. 지난 1월 공모를 통해 총 6명의 청년 예술가가 선정되었으며, 선정 작가에게는 ‘생애 최초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 매칭을 통한 평론 글을 지원합니다. 그 네 번째 전시로 김도영 작가가 참여합니다.
< 나의 물결(인생) >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물결을 담고있다. ‘물’ 자체를 인생이라고 비유하자면, 물이 흐르 는 속도, 온도, 물의 깊이까지 일정한 날이 없을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 며, 한가지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된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사 소한 행동 마저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아무렇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이상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하나씩 쌓여가는 것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생명 이 태어나고,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기도 한다. 조용할 틈없는 세상에서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각자의 평범함의 기준이 다를 것이고, 각자의 행복에 대한 생 각도 다를 것이다. 내가 가장 행복하고 빛나는 순간이 이미 지나버린 과거일 수도, 지금 현 재일 수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짧지만 긴 인생 속에서 나의 반짝이는 물비늘은 한 번 뿐이었거나 또는 여러 번의 연속 일수도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나의 이야기가 형성되고 그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여 나만의 물결을 찾아간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인생을 살아가는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 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동기부여를 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나라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물비늘을 찾는 것은 본인 스스로 탐색해야 하는 자아성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여 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나의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 인생을 탐색하고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목표와 다짐을 가지 고 소중한 하루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반짝이게 보냈으면 한다.
김도영 작가의 모티프와 주제
- 물의 이미지를 통해 사유하는 존재와 삶
대구아트웨이는 과거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던 범어 아트스트리트의 새 이름이다. 통행인이 많은 범어네거리 지하도에 형성된 아케이드 같은 구간을 당국에서 갤러리를 설치하여 예술가 거리로 조성한 곳이다. 상업시설로 건설되었다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어느덧 전시 작가나 전시 기법, 내용들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청년 작가들의 데뷔전은 물론이고 동시대 젊은 미술의 트랜드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지난해에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김도영 작가의 개인전이 곧 이곳에서 열린다. 대구아트웨이가 주관하는 2024 청년키움프로젝트 개인 전시 공모에 선정되어 진행되는 전시회를 앞두고 대구아트웨이 한 공간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인 작가와 출품작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작품 세계는 물론 청년 미술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우리 미술의 현재와 전망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 다른 한 갤러리(예술공간 공동선)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작품들을 먼저 둘러보았는데 전체 작품들이 흐르는 ‘물’을 모티프로 추구한 것이었고, 움직이는 수면에 일렁거리는 물결이나 반사하는 빛 이미지를 포착해 평면 회화로 전개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수없이 다양한 물 위의 파문(波紋) 패턴을 작가의 관점에서 시각화한 것이었다. 물의 일루전을 재현한 듯하지만 주제의 성격상 거기에 양감의 묘사나 원근법적 재현은 없다는 점이 바로 특징이다. 수면의 빛과 움직임을 선과 색으로 나타내는 점이 표현상의 핵심이므로 화면은 역동적이고 또 크기에 있어서 대형 작품일 경우 극적인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파문이란 형태상으로 고정되지 않고 평면적이고 자유롭게 해석되는 일종의 상징이기에 결국 작가는 재현보다 주관적인 표현성을 지향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매체에 주목해 보면 김도영은 주로 장지나 한지 바탕 위에 붓과 물감으로 채색과 드로잉(선묘) 하는 방식으로 시종 관철한다. 일반적으로 동시대 동양화가 중에는 기법과 재료에서부터 특정 장르에 귀속시키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복합적인 방법을 응용하는 것을 더러 보는데 김도영 작가는 매체의 속성으로서 전통적인 기본 요소들 외에 다른 취급은 별로 수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화 장르 고유의 특성을 매체에서 확보하려는 것 같다.
대개 젊은 작가들도 지금 한국화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앞서 현대화를 고민하던 세대가 겪었던 방법상의 실험들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아울러 동시대 미술이 모든 방면에서 경계를 허물며 지난 어느 때보다도 개성화가 강조되는 흐름도 목격하고 있다. 그런 이해 위에서 한국화 장르 고유의 매체와 언어로 현안들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김도영 작가는 선택한 것 같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한국화의 속성을 장점으로 내세울 뜻이 분명해 보이며 대신 묘사나 재현보다 표현성에 목표를 두고 자신의 조형 의지를 담담하게 구사해 갈 것 같다.
작품의 제목들은 〈Flow〉라고 타이틀 한 경우와 최근에는 〈시나브로〉라는 시리즈 명으로 제작되는 것이 있다. 어느 쪽이든 수면에 일렁이는 물결의 무늬를 선적으로 포착하여 채색과 함께 수평으로 혹은 수직으로 전개한다. 흐르거나 움직이는 물의 표면에 만들어지는 파문(波紋) 패턴을 작가는 물비늘이라는 우리말 이름으로 부르며 색채를 더해 더 많은 변주로 확장 시킨다.
주제는 이같이 물의 모티프를 통해 성찰한다. 유동하는 물의 속성에서 인생의 깊이와 폭, 삶의 갈등과 평화, 그리고 사랑과 열정 등의 의미와 관계를 사색한다. 결론적으로 작가 자신의 존재와 예술과 사유를 매개해 주는 계기로서 물의 이미지를 추구하며 파문처럼 다양한 표정의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안정과 동시에 운동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모티프에 채색은 기본적으로 청색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다양한 색상으로 변주하며 확장해 간다. 게다가 흐름과 변화를 기본으로 하는 이미지의 성격을 반향하는 전시 방식을 모색한다. 배치와 설치에서 그림 속 리듬을 반향하고 발생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의 전시는 작품이 제시될 때 전시 방식과 크기와 형태의 조화 등에서 다시 한번 확장되며 고조된 분위기로 어필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4.7.23.
김영동(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