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작품 공간

전시/프로젝트

2023 청년키움 프로젝트 이가희 개인전 <이름없는 사회>

ㅤ

이름없음_32초_single channel video_2023

이름없음_32초_single channel video_2023

이름없음_53.0 x 45.5cm_oil on canvas_2023

이름없음_53.0 x 45.5cm_oil on canvas_2023

이름없음_224.0 x 162.0cm_oil on canvas_2023

이름없음_224.0 x 162.0cm_oil on canvas_2023

이름없음_video still cut

이름없음_video still cut

ㅤ
이름없음_32초_single channel video_2023
이름없음_53.0 x 45.5cm_oil on canvas_2023
이름없음_224.0 x 162.0cm_oil on canvas_2023
이름없음_video still cut
2023 청년키움 프로젝트 <개인전>
전시정보

전 시 명 : 이가희 개인전 <이름없는 사회>

전시기간 : 2023년 12월 19일(화) ~ 2024년 2월 10일(토)

전시장소 :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1 전시실


올해 3기를 맞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청년키움프로젝트 <개인전>은 지역의 유망한 청년 예술가의 창의적, 도전적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자 2021년에 처음 기획되었습니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총 6명의 청년 예술가가 선정되었으며, 선정 작가에게는 ‘생애 최초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다섯번째 전시로 이가희 작가가 참여합니다.

작가노트 및 평론글
- 작가노트

'이름'은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만일 명칭에 기표가 없다면 대상을 지시할 수 없다.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은 유사한 다른 대상에 의해 정의된다. 기표가 사라지면 대상의 본질인 기의만 남게 된다.
우리는 매일 거리를 거닐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수도 없이 만나고 헤어지며 공간을 공유하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굳이 일일이 정의할 것 없이 '행인' 또는 '어떤 사람' 등과 같은 말로 대체하며 익명성을 띠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익명성을 갖는 대상에게는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령 '인간', 혹은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이름을 인지하고 그를 바라보는 것과 아무런 단서도 없이 바라보는 것은 많은 차이를 줄 것이다. 이름 없는 것은 소리, 냄새, 온도 등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이건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레 잊혀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감각에만 집중하게 되어 의식하는 순간에는 무엇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내 작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이름은 없지만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은 이름이 없기 때문에 행위와 그 흔적만이 정직하게 남는다. 살아있다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기에 같은 시간을 살아가며 함께 발자국을 내딛는 모든 이들의 흔적이 큰 위안이 된다. 사람들이 흘린 땀과 노력, 손때 묻은 물건들을 보고 마음이 동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 <이름없는 사회>를 통해 익명적 대상들의 삶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본질적이고 진실된 의미를 찾고자 한다.



- 평론글

펼쳐보기


이름 없는 사회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우리는 어딘가에 있는 무엇인가를 수행하기 위해 매일같이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목적지를 향하는 거리에서 우리는 불특정한, 그리고 새로운 누군가를 매번 마주치지만 그 누군가는 나와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특정한 공간을 이름 모를 누군가와 공유하며 매일같이 만나고 헤어진다. 또한 이렇게 마주치는 누군가는 모두 개별적이고 각자만의 방대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과 마주치는 ‘거리’라는 곳은 수단으로써의 공간일 뿐, 목적으로써의 공간은 아니기에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애초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우리의 모습, 즉 오늘날의 인간 군상에 대해 이가희 작가는 작업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편적인 분류에 해당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이가희는 보편성과 개별성(특수성) 사이에서의 간극을 탐구하는 것이다. 작가의 회화 작품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일상적인 풍경과 보편적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각각의 다른 시간과 공간(장소)이 한 화면에 겹쳐져 있어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굳이 자연스럽지 않게, 혹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오버랩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것은 이름 모를 누군가를 일상의 한 부분에서 수도 없이 마주하는 것, 그러나 그들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 그래서 그들의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서두에서 언급한 현대인 혹은 현대사회의 면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겠다. 여기에 더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교차한다. 다시 말해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관찰한 인물들이 한 화면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에서조차 모든 인물들은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데,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가·문화·인종 등을 뛰어넘는 초연결을 이루고 있는 시대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고립과 분리가 공존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인물들이 이러한 은유를 더더욱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가희 작가는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볼 수 있을 평범한 장면들을 특별한 연출 없이 담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드러내는 이미지는 오늘날의 불편한 단면들을 묘하게 은유하고 있다. 스톱 모션 기법을 통해 구성한 애니메이션 방식의 작품을 보면, 어떤 남성이 화면의 끝에서 끝으로 그저 무심히 걸어가고 있는 장면이 상영되고 있다. 디지털 화면에 출력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디지털적인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디지털 혹은 여러 종이에 각각의 장면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이에 그렸다가 지워내고, 다시 다음 컷을 그리는 방식을 반복하여 구성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에 종이 위에 인물이 지나간 흔적은 고스란히 남게 된다.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은 그림의 흔적은 단순한 작업의 흔적이 아닌, 어떤 한 인물이 살아온 삶의 흔적 그리고 누군가 존재했던 공간의 흔적으로 사고는 확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흔적을 통해 우리의 일상적 풍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특수성을 강조하려 하는데, ‘개인’을 ‘인간’으로 분류하는 행위에 대한 저항, 다시 말해 ‘인간’과 ‘개인’이라는 분류가 어떤 대상을 범주화시키는 개념적인 방식을 넘어, 대상을 보편적인 차원에서 인식하면서도 개인의 흔적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각 개인에게 내재된 고유성을 인정하고 기념할 수 있는 양가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앞서 서술한 작품의 질문에 대한 방안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드러나는 모호하고 담담한 뉘앙스는 관객의 사고를 더욱 확장시킨다. 아니,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보다 다양하게 남긴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개별적인 인물들이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이미지는 오늘날의 사회가 정해둔 정의가 흔들리고 모호성이 더 강조되는 현실을 자각하게 하기도 하고, 팬데믹 이후 피부로 느낄 만큼 변화되는 세상을 목격한 증인으로서의 오늘을 새삼스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환언하자면 오늘날의 보편적 인간의 군상은 다양성과 복합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특징을 지닌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은 더 이상 인간을 단일한 특성이나 형태로의 보편적 인간을 정의하기 불가능하게 하며, 도리어 동시대는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가진 개인들의 집합체로 보편적 인간의 군상을 이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가희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혹은 이름 없는 인물들이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상징하는 것일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이름을 부여해야 할 얼굴이자 사회이지 않을까.

대구아트웨이 협력기관

  • 대구광역시
  • 대구문화예술진흥원
  • 대구예술인지원센터
  • 대구생활문화센터
  • 대구공연예술연습공간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예술경영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