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원예찬 개인전 <멸종하는 생명체를 대하는 자세>
기간 : 2022년 8월 8일(월) ~ 2022년 9월 10일(토)
장소 : 아트랩범어 스페이스5 전시실
올해 2기를 맞은 대구문화재단 청년키움프로젝트<커브2410>은 지역의 유망한 청년 예술가의 창의적, 도전적 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자 2021년에 처음 기획되었습니다. <커브2410>은 아트랩범어 지하도의 번지수가 2410이고 전시장이 모퉁이에 있어‘커브2410’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총 6명의 청년 예술가가 선정되었으며, 선정 작가에게는‘생애 최초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세 번째 전시로 원예찬 작가가 참여합니다.
원예찬은 21세기 기술이 가진 밝은 면 보다는 어두운 면에 주목하고 기술 기반의 사회상을 비평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창작해 왔다. 그는 뉴미디어 예술 창작 기술을 연마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하면서 기술에 대한 더 큰 열망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원 작가는 자신이 습득한 기술, 그리고 더 나아가 고도의 기술이 초래한 부정적 사회상에 대해 창작을 통해 비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는 기술에 의한 창작으로 기술이 초래한 부작용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작가의 의식적 의도인지 불명확하지만, 나는 이를 ‘기술에 대한 이중적 열망(二重的 熱望)’이라 해석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뉴미디어 예술가들에게도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원 작가 작품에서는 아직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독특한 코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유희적 파토스(comical pathos)이다. 작품에 따라 그 정도와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지만, 나는 그것을 이 시대상에 대한 ‘블랙 코미디 요소에 애잔함이 병치되는 묘한 느낌’이라 말하고 싶다.
이러한 유희적 파토스는 이번 그의 개인전 <멸종한 생명체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발견된다. 마치 우리 인류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을 모아 표본화하고 그들의 삶을 연구하는 것처럼, 원 작가는 우리 현생인류가 멸종한 이후,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등의 과학기술로 인해 고도로 진화된 먼 미래 신인류가 현생인류의 흔적을 박제화하고 이들의 삶을 연구한다는 세계관과 서사구조를 설정하였다. 이것은 이전 작업, 일지 형태의 짧은 소설 <오메가 포인트>와 관련지을 수 있다. 이 소설 역시 사이버네틱스적인 다크한 미래상을 배경으로 인공지능과 결합한 미래인류의 삶을 보여주며 그들과 현생인류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이러한 설정 아래 원 작가는 마치 미래인류 입장에서 현생인류의 삶을 박제하는 작업을 이 전시에서 선보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현생인류에 대한 성찰과 존속을 ‘유희적으로’ 고민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접근은 사실상 현생인류인 작가 본인이 미래인류로 ‘빙의’하여 자신(현생인류)을 박제하고 연구하는 블랙 코미디적 상황을 연출하며 이번 개인전에서도 유희적 파토스의 징후를 드러낸다.
원 작가는 현재 ‘難上之木不可仰’과 ‘愚公移山’의 어느 지점에서 힘들게 창작하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그의 눈빛과 태도에서 창작의 유쾌함과 즐거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낙관성이 그의 작품에도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 또한 바람직하다. 그가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과 끊임없는 노력이 버무려진 난관 속에서 아련한 유희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내가 그의 첫 개인전에서 발견한 우리 현생인류에 대한 ‘유희적 파토스’와 맞닿아있다. 이것은 언젠가 소멸할지도 모를 신진예술가 원예찬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현재 지역의 예술가들은 곧 멸종될지 모르며 더불어 지역의 문화예술도 빠르게 소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놔둘 수는 없는 것은 아닌가? 지역 예술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원예찬 같은 지역 젊은 작가들이 계속 배출되어야 하며, 이들의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 우리 사회의 적절한 지원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문화재단 ‘아트랩 범어 청년키움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평론글 부분 발췌)
- 이 준 (뉴미디어 예술가, 공학박사)